현존과 삶을 연결하는 명상가 ‘여남준’을 만나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으로 자신을 규정해오던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일이다
“왜 명상 시간에는 고요한데
삶으로 돌아오면 다시 흔들릴까.”
여남준은
이 질문에서 수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명상을 특정한 상태를
경험하는 시간이 아니라,
동일시가 일어나는 순간에도
인식의 공간이 유지되는 삶의 태도로 본다.
오랜 현장에서 그는 현대인의 문제를
‘생각이 많음’이 아니라
생각과 자신 사이의
공간이 사라진 상태로 관찰해왔다.
특히 감정이 동일시를
깊게 뿌리내리게 하는
구조에 주목한다.
그의 명상은 단순한 이완에 머물지 않는다. 감정을 수용하고 동일시를 느슨하게 하며 인식의 폭을 넓혀
존재 차원의 자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Q1. 원장님께서 말하는 명상의 본질은 무엇입니 까?
저는 명상을 단순히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법으로 보지 않습니다. 긴장이 완화되고 스트레스가 줄어 드는 효과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 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명상의 본질은 ‘공간을 만드는 것’ 입니다.
우리는 생각, 감정, 신념, 역할을 나 자신과 거의 구분하지 않은 채 살아갑니다. 생각이 곧 나이고, 감정이 곧 나라고 여기며 그 안에서 자신을 규정합 니다. 그 동일시는 너무 익숙해 하나의 정체성처럼 굳어 있습니다.
명상은 그 밀착된 자리에 의식의 공간을 내는 일입 니다. 명상은 생각을 멈추는 훈련이 아닙니다. 생 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익숙한 자리에서 한 걸음 물러나, 생각을 하나의 현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 정입니다.
그 전환이 일어날 때 우리는 더 이상 생각으로 정 의된 존재가 아니라, 생각을 경험하는 존재로 서게 됩니다. 따라서 명상은 생각과 감정을 없애는 것 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 는 치우치지 않는 의식의 자리에 머무르는 것입니 다. 다시 말해, 반응에 앞서 알아차림이 먼저 열리 는 자리입니다. 그 공간이 열릴 때 우리는 생각으 로 규정된 ‘나’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 지금 이 순 간의 살아 있는 감각 속에서 존재하게 됩니다.
저는 그 상태를 ‘현존’이라고 부릅니다.
Q2. 오랜 기간 명상을 지도해오셨습니다. 현장에 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비교하고 평가하며 성과를 요구합니다.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늘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생각은 멈추지 않습 니다. 정보는 넘치고 기준은 높아졌으며, 우리는 쉬지 않고 자신을 확인하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생각이 많아진 것 자체가 아닙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그 생각 안에서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같은 생각이 반복될수록 그것은 점점 단단 해지고, 마치 사실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생각 은 어느새 ‘나 자신’으로 굳어집니다.
저는 이것을 동일시의 밀도가 높아진 상태라고 봅 니다. 결국 문제는 생각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생 각과 자신 사이의 공간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더 깊이 붙잡히는 것은 감정입 니다. 생각은 설명할 수 있지만, 감정은 몸에 남습 니다. 불안은 긴장으로 굳고, 스트레스는 습관적 인 반응으로 반복됩니다.
그래서 저는 명상을 그 공간을 다시 여는 과정으로 봅니다. 생각과 자신 사이뿐 아니라, 감정과 자신 사이에도 여백을 만드는 일입니다. 불안과 스트레 스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하나의 현상으 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동일시로 좁아진 인식의 폭을 넓히는 일, 그것이 제가 명상을 통해 다루고 있는 핵심입니다. 인식의 폭이 넓어질수록 삶은 덜 흔들리고, 선택은 더 자 유로워집니다.
Q3. 그렇다면 동일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감정’ 은 어떤 역할을 합니까?
동일시는 생각에서 시작되지만, 감정에서 뿌리내 립니다.
생각은 비교적 빠르게 바뀔 수 있지만, 감정은 몸 과 함께 반응하며 더 깊게 남습니다. 반복된 불안 이나 수치심은 단순한 기분을 넘어 하나의 정체성 처럼 굳어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기도 합 니다.
그래서 저는 동일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명상에서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긍정 적으로 바꾸어야 할 문제도 아닙니다. 먼저 필요한 것은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수용하는 일입니다. 감정을 수용하게 될 때, 그 감정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순 간 감정과 나 사이에 공간이 생깁니다. 그 공간 안 에서 우리는 감정을 흔들리지 않는 인식의 자리에 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때 감정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라, 나를 스 쳐 지나가는 하나의 경험으로 머뭅니다.
저는 감정이 동일시의 가장 깊은 뿌리이자, 그 뿌 리를 풀어낼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Q4. 동일시를 풀고 인식의 폭을 넓혀가는 이 과 정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어디로 이끈다고 보십 니까?
동일시가 느슨해질수록 내면의 공간은 넓어 집니다.
이전에는 고정된 생각과 축적된 감정에 의 해 거의 자동적으로 반응했다면, 이제는 그 반응 이전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무의식적 패턴에 의해 움직이 던 삶에서, 더 넓은 인식 안에서 자신과 타 인, 그리고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의 해석에 붙잡히지 않습니다. 감 정은 일어나지만 고착되지 않고, 생각은 떠오르지 만 절대화되지 않습니다. 집착 대신 명료함이, 긴 장 대신 여유가 자리합니다. 저는 이것이 존재 차 원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 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상태, 그리고 그 맥락 안에서 가장 적절한 응답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동일시를 푸는 과정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련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더 착해지거 나, 더 선해지거나, 더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길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생각으로 규정된 자아의 틀을 벗어 나, 상황의 전체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 는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 자리에서는 무 엇이 옳은지 애써 계산하기보다, 그 순간에 필요한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 럽게 행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 상태를 ‘현존’이라고 부릅니다.
자유란 바깥의 조건이 아니라, 안쪽의 동일시가 느 슨해질 때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Q5. 현존은 특정한 수행 시간에만 경험되는 상태 입니까, 아니면 일상 속에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명상에서 고요를 맛보았더라도 일상에서 다시 동 일시에 휩쓸린다면, 그것은 체득이라기보다 일시
적인 경험에 머문 것에 가깝습니다.
저는 수행이 삶과 분리되어 존재한다고 보지 않습 니다. 오히려 관계 속에서, 갈등의 순간에서, 선택 의 기로에서 동일시가 일어나는 바로 그 지점이 수 행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명상 시간을 잘 보내는 기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인식의 공간 을 유지하는 감각입니다.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더 라도 그 안에 삼켜지지 않고 한 걸음 물러서 바라 볼 수 있는 상태를 몸에 배게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행은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삶의 방 식으로 스며듭니다.
제가 정리해 온 ‘Awake Now’라는 이름 역시 그 지향을 담고 있습니다. 수행이 특정한 공간에 머무 르지 않고 삶 전체로 확장되기를 바라는 의미입니 다.
궁극적으로 수행은 무엇이 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리에서, 지금을 놓치지 않고 살아내는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남준
現. 나우힐링명상요가 원장, 現. 한국현존명상협회 대표
요가명상학 전공 명상학 석사 중 / 뇌인지과학 석사 중
대한요가회 요가지도자 한국싱잉볼명상협회 공인지도자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세계 ABH 현대최면 마스터 프랙티셔너 국제통합테라피학회 100인 테라피스트
국제통합테라피학회 현존명상 연구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