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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신뢰를 만드는 지도자의 말과 손길

작성 :

이미정 정선 다옴메디월 필라테스 원장
국제통합테라피학회 심신이완테라피명상 연구위원장 / 싱잉볼명상치유연구소 교육위원장
암 전문병원(활명한방병원) 협력기관 / IAIT 암 일상관리 심리, 요가테라피스트 / IAIT 100인 테라피스트 / YO&P Scholarly Presenter
저서 「번아웃 나만 겪는걸까? 지친 당신을 위한 싱잉볼 테라피」, 「딩~! 스트레스 OUT 싱잉볼테라피로 평온 ON」, 「에너지 고갈에서 회복으로: 번아웃 치유를 위한 과학과 싱잉볼」, 「신경계부터 회복되는 싱잉볼테라피」

최종 수정일 :

최초 작성일 :

2026년 4월 1일

2026년 4월 1일

전문감수 :

이미정 원장이 회원에게 싱잉볼을 수련하는 모습

싱잉볼을 치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진동이 먼저 공기를 가로질러 몸에 닿고, 신경계가 말보다 빠르게 알아챈다. '지금 여기는 안전하다.' 설명한 적도, 증명한 적도 없는데 몸이 먼저 풀린다. 어깨가 내려앉고, 호흡이 깊어지고, 굳었던 얼굴이 소리 없이 무너진다.


어깨가 한 뼘 내려앉는 그 순간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감각을 처음 알게 된 건 간호사 시절이었다. 수술을 앞두고 침대 위에 누운 환자분, 손을 꽉 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수치, 검사 결과, 수술 순서— 해야 할 설명은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 그분의 손 위에 내 손을 살며시 얹었다. 그리고 낮고 천천히 말했다. "지금 여기, 제가 있어요."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굳어 있던 어깨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열 마디의 설명보다, 따뜻한 한마디와 그 손길 하나가 먼저였다. 강사가 된 지금도 그 장면을 자주 떠올린다. 처음 센터에 오신 회원분, 몸은 단단히 굳어 있고 눈빛엔 낯섦이 가득했다. 나는 큐잉보다 먼저 다가갔다.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고 말했다. "여기 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오늘은 그냥 숨만 쉬어도 됩니다."


그 한마디 뒤, 비로소 몸이 열렸다. 아무리 정확한 큐잉도, 신경계가 '안전하다'고 느끼기 전에는 닿지 않는다. 위로와 응원의 손길이 먼저 문을 열어야, 그다음 말이 들어온다.


신경과학은 이것을 이미 설명하고 있다. Stephen Porges 박사의 다미주신경 이론(Polyvagal Theory)에 따르면, 우리의 자율신경계는 말의 내용보다 먼저 목소리의 톤·리듬·속도, 그리고 신체 접촉의 온도를 처리해 '지금 나는 안전한가'를 판단한다. 지도자의 목소리와 손길이 안전신호로 작동하는 순간, 몸은 방어를 내려놓고 비로소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신뢰는 먼저 신경계가 만들고, 이후에 마음이 따라온다.


싱잉볼의 진동처럼, 지도자의 말과 손길도 내용보다 온도가 먼저 닿는다. 현장을 살리는 그 한마디는 기술에서 오지 않는다. 지도자 자신이 먼저 안정된 사람일 때, 그 목소리의 온도가 달라진다. 말이 진동처럼 퍼지고, 손길이 안전신호가 되고, 그 순간 비로소 신뢰가 시작된다. 열 마디로도 닿지 않던 마음이, 따뜻한 한마디와 손길 하나에 열리는 순간— 그것이 내가 매일 현장에서 목격하는 치유의 언어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신경계는, 더더욱.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지도자들에게 먼저 묻고 싶다. 오늘, 당신의 신경계는 안정되어 있었나요? 회원에게 따뜻한 온도를 전하려면, 지도자 자신이 먼저 그 온도 안에 머물러야 한다. 지치고 소진된 채 건네는 말은, 아무리 정확해도 차갑게 닿는다. 매일 현장에 서는 당신이 먼저 쉬고, 당신이 먼저 안전해야— 그 온도가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흘러간다. 몸은 이미 회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신경계와 마음이 먼저 쉬어야 할 뿐이다. 당신의 몸도, 그리고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그 사람의 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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