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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멈춤의 순간, 치유는 시작된다

작성 :

박보정 박보정다옴필라테스요가 원장
IAIT 100인 테라피스트/암치유&심리치유 테라피카운슬러/해독정화그룹 요가디톡스 연구위원장/[사]한국치유요가협회 심사위원 및 등기이사
저서 「대전요가, 뻣뻣한 나도 펴준 요가원이야기」, 「사트카르마와 현대 요가정화법」
논문 대기오염 시대, 소아 비염을 위한 잘라 네티와 아로마요법의 통합적 환경의학 가치 고찰
학술발표 2025. 09 | Journal of Neuro-Somatic Integrative Therapy 학회 논문 발표

최종 수정일 :

최초 작성일 :

2025년 12월 1일

2025년 12월 1일

전문감수 :

숲속에서 한 여성이 가부좌로 앉아 명상하는 모습

눈을 감고 숨을 가만히 들이쉬어 보세요.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주 잠깐 멈추기만 해도, 그 순간부터 몸과 마음은 스스로 치유를 시작합니다. 저는 20년 넘게 요가를 지도하며 한 가지 진리를 꾸준히 확인해왔습니다. 요가와 명상의 진짜 힘은 ‘더 움직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잠깐 멈추는 데’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요해질 때 비로소 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마음의 거울이 다시 투명해집니다.


요가를 처음 배울 때 저 역시 동작을 더 넓게, 더 깊게,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뻣뻣한 몸을 억지로 밀어붙이던 그 시절, 어느 날 스승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힘을 빼고, 비워보세요. 몸이 더 빨리 열릴 거예요.” 그 말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지만, 억눌렀던 긴장을 내려놓고 호흡을 고르자, 닫혀 있던 몸이 마치 스스로 길을 찾듯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저는 깊게 깨달았습니다. 요가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비워낼 때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예술이라는 것을.


그래서 저는 늘 수련의 출발점을 정화와 비움에 둡니다. 고대 요가에서는 본격적인 아사나나 명상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사트카르마(Shatkarma)’라는 여섯 가지 요가 정화법으로 몸과 마음을 먼저 맑히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코를 씻어 호흡의 길을 열고, 비워진 장기를 통해 내장을 깨끗하게 정돈하며, 눈과 마음을 정화해 내면을 맑히는 과정이죠.


그들은 몸을 신성이 머무는 ‘집’으로 여겼고, 집을 먼저 깨끗이 닦아낸 후에야 수련의 에너지가 제대로 흐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사트카르마와 현대요가정화법』을 집필하며 그 전통적 관점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화 없이 쌓은 요가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고, 오염된 내면에는 어떤 좋은 씨앗도 제대로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정화는 반드시 필요한 ‘준비’이자 ‘토대’입니다. 그리고 이 깨끗이 비워낸 바탕에서만 요가의 깊이와 변화가 시작됩니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과로, 스트레스, 정보 과부하, 스마트폰, 환경 독소, 가공식품 등으로 매일 조금씩 지쳐갑니다. 에너지는 쉽게 막히고 호흡은 얕아지며, 수련조차 무겁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는 오히려 더 절실하게 ‘정화의 요가’가 필요합니다. 전통적 사트카르마를 그대로 실천하기 어렵다면, 현대적으로 적용된 작은 정화 습관이라도 충분합니다.


저는 회원들과 강사님들께 이렇게 안내합니다.


  •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기

  • 신선한 채소·과일 섭취

  •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 두기

  • 자연 속에서 걷기와 깊은 호흡

  • 하루 10분의 명상

  • 가벼운 단식 혹은 프라나 회복 루틴

  • 감사일기 쓰기


이런 사소한 실천들이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에 쌓인 미세한 소음들을 하나씩 걷어냅니다. 작은 정화의 루틴이 쌓이면 호흡이 다시 깊어지고, 막혀 있던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 글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호흡해 보세요. 혹은 오늘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잠깐만 자신과 함께 있어보세요. 아주 작은 ‘멈춤’이지만, 그 고요 속에서 마음의 먼지가 내려앉고 몸의 답답함이 풀려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것을 “멈춤의 정화”라고 부릅니다. 비워낸 자리에 들어오는 투명한 에너지는 어떤 테크닉보다 강력합니다.


요가는 채우는 기술이 아닙니다. 내려놓음의 예술입니다. 불필요한 걱정, 과한 긴장, 끝없는 소음들을 조용히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호흡할 수 있습니다. 깊은 고요에서 시작되는 그 첫 호흡이 바로 치유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12월, 한 해의 끝과 새로운 시작 사이에서 저는 여러분이 오늘 단 한 번이라도 ‘멈추는 용기’를 가져보길 바랍니다. 작은 멈춤 하나가 큰 치유의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요가와 명상의 여정은 다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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