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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퇴직 후 무너진 건 체력이 아니라 ‘정체성’이었다

작성 :

25년 경력 전직 경찰. 현재 자연치유 연구소에서 일하며 국제통합테라피학회 활동 및 Somatic, NVC, 표현예술치료 석사 과정을 바탕으로, 퇴직 이후 중년 여성의 전환과 회복, ‘다시 사는 삶’을 기록하고 연구한다.

최종 수정일 :

최초 작성일 :

2026년 2월 1일

2026년 2월 1일

전문감수 :

노트에 손글씨로 적은 메모와 펜이 놓여 있는 모습

중년여성 퇴직 후 ‘자기소개’가 어려워질 때 – 회복을 만드는 아침 루틴과 두 번째 이름


퇴직을 하고 이따금씩 사람을 만날때면 인사를 나누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진다.


“어떤 일 하세요?”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예전 같으면 쉬웠다. 소속, 직급, 이름. 단 한 줄이면 끝났다. 그런데 이제 그 한 줄이 사라졌다. 대신 나는 선명하지 않은 수식어들을 급히 만들게 된다. “지금은…”, “요즘은…”, 같은 말로 시작하는 어설픈 소개. 말이 길어질수록 내 안이 더 헷갈렸다. 말문이 막힌 건 정보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설명하던 방식이 무너져서였다.


퇴직은 도망이 아니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는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가 아닌 모습을 나에게 강요하는 걸 멈추기 위해서였다. “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애쓰는 삶에서 내려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려오자마자 따라붙는 질문이 있었다.


“그럼 너는 누구냐?”


경찰이라는 역할은 내가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두려워하면 안 되고, 강해야 하고, 해결해야 하고, 충격 뒤에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그런데 역할이 벗겨지자 남는 건 허전함이 아니라, 더 정확히 정체성의 공백이었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이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나는 지금 이 과정을 지나가는 중이다. 자연치유 연구소에서 일하고, 통합테라피를 공부하고, 표현 예술치료를 배우며, 퇴직 이후의 시간을 기록하고 연구한다. 겉으로 보면 새 길을 찾는 중이지만, 내 안에서는 더 근본적인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체성은 명함이 아니다. 반복되는 선택에서 생긴다.


요즘 나를 살리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다. 아침에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곧장 ‘역할 수행’으로 진입하지 않는다. 몸을 깨우는 움직임, 짧은 명상과 호흡, 아로마로 통증을 돌보는 아침 루틴. 이 작은 루틴이 내게 매일 말해준다.


“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오늘은 네 몸에서부터.”


나는 내 ‘두 번째 이름’을 천천히 적어보는 중이다. 안내자, 치유자, 자유인.


아직 완성된 이름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나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춘 강함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와 감각을 회복하는 쪽으로 간다.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3가지 질문 (오늘 바로 해보기)


① 한 문장 소개를 바꿔보기


나는 ___(직업)이다 대신 나는 ___(가치)를 위해 ___(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예: “나는 회복을 위해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연습을 매일 하는 사람이다.”


② ‘강해야 한다’는 문장을 한 줄로 내려놓기


나는 오늘 무엇을 강하게 버티는 대신, 무엇을 돌볼 것인가? (버티던 습관을 ‘돌봄’으로 전환하는 순간, 정체성이 바뀐다.)


③ 내 두 번째 이름을 임시로 붙여보기


오늘의 나는 안내자/치유자/자유인 중 무엇에 가까운가? 하나만 고르고, 그 이름답게 행동 하나를 선택한다.


예: “자유인인 나는 오늘 10분 먼저 숨을 산다.” 나는 아직 “자기소개 한 줄”이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는 다시 사는 삶을 연습 중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꼭 남기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기억하기.


FAQ


Q1. 퇴직 후 자기소개가 어려워지는 건 왜 그런가요?


A. 직함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그 직함에 기대어서 있던 자기 이해의 구조가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무슨 일을 할까”보다 먼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가”를 회복하는 쪽이 더 빠릅니다.


Q2.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닐 때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A. 답을 만들어내기보다 오늘의 선택을 기록해보세요. “오늘 나는 증명 대신 ___을 선택했다.” 한 줄이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재료가 됩니다.


Q3.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루틴 하나만 추천한다면요?


A. 아침에 바로 역할 수행으로 진입하기 전, 3분 호흡 + 1분 바디체크를 추천합니다. “지금 내 몸은 빠름/느림/멈춤 중 무엇을 원하지?” 한 단어로 고르고, 그 속도를 존중하는 것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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