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Column

고통은 어디서 오는가? – 요가수트라가 말하는 마음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명상

작성 :

이선현 서울 강북구 요가힐 원장
싱잉볼치유명상연구소 연수위원장
IAIT 월아카데미 교육위원, 심사위원
한국치유요가협회심사위원/수도권권역부회장

최종 수정일 :

최초 작성일 :

2025년 7월 1일

2025년 7월 1일

전문감수 :

두개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모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괜찮다고 말하는데도, 이유 없이 불안하고, 사소한 말에 마음이 상하거나 어느 순간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으로 깊이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 저는 요가수트라의 한 문장을 떠올립니다.


“다가오지 않은 고통은 피할 수 있다.” (हेयं दुःखमनागतम्, 헤얀 두크하마나가탐, 2장 16절)


이 말은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위로가 아닙니다.


요가는 말합니다. 고통이 ‘피할 수 있다’는 건, 그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요. 우리 마음이 어떻게 괴로움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면, 그 작용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가수트라는 우리가 겪는 모든 내면의 괴로움에는 다섯 가지 뿌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클레샤(Kleśa)’라고 부르며, 다음과 같은 마음의 작용들입니다.


1. 무지(Avidya) – 진실을 보지 못하는 상태


우리는 종종 ‘행복하려면 성공해야 해’,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해’라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변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입니다. 그 위에 내 마음을 세우면, 언젠가 반드시 흔들리게 됩니다.


‘나는 이래야만 해’라는 생각은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지금 이대로의 나를 부정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지는,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것으로 착각하고 불완전한 것에서 완전함을 찾으려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고통의 시작입니다.


2. 자아집착(Asmita) – 내가 곧 이 역할이라는 착각


“나는 좋은 엄마여야 해.” “나는 선생이니까 약해 보이면 안 돼.” “나는 부족해. 나는 늘 실패해.”


이런 말들은 나 자신을 역할이나 감정, 생각과 동일시할 때 생깁니다. 삶이 그 기대와 다를 때, 우리는 스스로를 탓하고 괴로워합니다.


명상은 말합니다. 당신은 그 어떤 역할보다 더 깊은 존재라고. ‘나는 누구인가’를 다시 바라보는 것이 시작입니다.


3. 애착(Raga) – 좋았던 것을 붙잡으려는 마음


좋은 명상 경험, 누군가의 사랑, 과거의 성공… 이런 기억들은 따뜻하고 소중하지만, 그것을 ‘또다시 느껴야 해’라고 집착할 때 고통이 됩니다.


명상 중에도 “어제처럼 고요해야 해”라는 기대가 평화를 방해하기도 하죠. 애착은 우리를 현재로부터 자꾸 과거로 끌고 갑니다.


4. 혐오(Dvesha) – 피하고 싶은 것을 밀어내는 마음


“그 생각은 하기 싫어.” “그 사람은 정말 싫어.” “그때 그 일만 떠올려도 괴로워.” 우리 마음은 불편한 기억을 밀어내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서 더 크게 작용하게 됩니다. 명상은 그것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도록 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며 머물 때, 마음은 저절로 이완됩니다.


5. 생존본능(Abhinivesha) – 죽음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렵고, 삶이 변하는 것이 불안하고, 지금 가진 것을 잃을까 늘 긴장합니다.


이런 두려움은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명상 중에도, ‘고요함’ 속에서조차 저항을 만들어냅니다.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닐까” 하는 알 수 없는 불안. 하지만 이 또한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그것조차 알아차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집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겪는 괴로움은 ‘무슨 일이 일어나서 생긴 것’이라기보다, 그 일에 대한 마음의 작용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명상은 이런 마음의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천천히 이해하고 풀어가는 여정입니다.


억지로 생각을 멈추거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며, 생각이 떠오르면 그저 ‘생각이 일어났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그 생각을 붙잡지 않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합니다. 그 생각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마음은 고요히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본래의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의 나는 편안하고, 충만하며, 온전한 존재로 느껴집니다. True Self, 나의 참된 자아와 가까워질 때, 나는 지금의 내 상태를 명확히 느끼고, 그 충만함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습관적인 생각이 나를 괴롭힐 때, 그 고요했던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지금 내게 일어난 생각은 내가 아니라, 흘러가는 파동일 뿐임을 알아차릴 때, 고통은 더 이상 나를 휘감지 못하게 됩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