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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말, 인식의 틈을 여는 관계의 기술

작성 :

라사요가원 원장
한국치유요가협회 연수위원장
RYTK300+과정 요가해부학 강사
국제통합테라피학회 IAIT 근골격신경계 치유그룹 요가해부학 연구위원장
저서 「안락동 요가일기」

최종 수정일 :

최초 작성일 :

2026년 3월 1일

2026년 3월 1일

전문감수 :

어두운 공간에 가느다란 빛줄기가 비치는 모습

상태와 나를 분리해주는 말


요가 수련은 마치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자신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잠시 틈을 벌려, 감각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그리고 자신다워질 수 있는 조건들을 만나게 됩니다.


수업과 상담 현장에서 요즘은 유난히 매사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분을 뵙곤 합니다. 대개 그럴 때 뇌파를 살펴보면 좌우 알파파의 균형이 크게 흐트러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정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입니다.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 결과를 그 사람의 고유한 성향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일입니다.


“현재 수치를 보니 내향적인 정서 성향으로 나오네요.”


여기까지만 설명하고 멈춘다면, 대상은 이 점수를 곧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지금의 경향성을 ‘나’로 동일시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순간입니다. 신경계는 그때부터 방어와 회피 쪽으로 더 깊이 기울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요즘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유난히 꺼려진다면, 그건 원래 그런 분이셔서가 아니라 지금 뇌의 에너지가 잠시 한쪽으로 편향되어 나타나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점수는 회원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는 게 아니라, 현재 신경계가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값이에요. 상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든 조율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요가를 하면서 균형이 돌아오면, 그때 비로소 회원님 고유의 성향이 더 편안하게 드러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위로가 아닙니다. 점수를 부정하는 것도, 낙관적으로 덮는 것도 아닙니다. ‘나’와 ‘지금의 상태’를 분리해 주는 언어입니다. 정서적 반응을 본질로 오해하지 않도록, 인식의 틀에 잠시 여유를 만들어 주는 개입입니다.


실제로 이런 설명을 건넨 뒤, 살짝 굳어있던 회원분의 표정이 풀리고 어깨의 긴장이 내려오는 순간을 보게 됩니다. 호흡이 편안해지고, 몸의 반응이 달라지는, 언어 하나가 신경계의 해석을 바꾸는 장면입니다.


요가의 목적은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눈을 가리는 여러 조건과 장애물을 치워, 지금 이 생에서 해야 할 일(다르마)을 바로 보고 행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다르마는 회복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선택해야 할 나의 일입니다. 인식의 왜곡이 걷히면, 해야 할 일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는 감정을 주고받는 문제가 아니라, 인식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입니다. 지도자의 언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회원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신경계의 해석을 조율하는 도구입니다. 지금의 상태를 고정된 정체성이 아닌 변화 가능한 경향으로 바라보게 할 때, 수련은 비로소 시작됩니다.


결국 수련의 결과는 동작의 완성도가 아니라 관계의 질로 남습니다. 요가는 고치는 훈련이 아니라 드러나게 하는 과정입니다. 더 나아지라고 다그치기보다, 조금 더 자신다워질 수 있도록 안전한 여백을 만들어 주는 일. 지도자의 언어가 그 첫 조건이 됩니다.


지도자의 언어는 본질이 아닌 ‘지금의 상태’를 비춥니다. 그림자를 통해 주체를 보듯, 흔들리는 상태를 거쳐 본질에 닿는 여정이 곧 요가입니다. 수련과 수업에서 마주하는 모든 찰나가 여행의 풍경처럼 흐르기를, 그 길 끝에서 당신의 본연이 온전하게 드러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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