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호
2025년
November
발행인 : 김성원
아트디렉터 : 김유근, 김현섭
책임디렉터 : 김혜리
에디터 : 백해린 유희정 장재희


몸의 균형을 세우는 손끝의 지혜
수기요법 교육의 선구자 '한세영' 박사
2025 추계 MPA 필라테스
발행인 레터
회복의 기술: 몸·호흡·의식의 재정렬
바람이 속도를 거두는 달입니다. 빛은 낮아지고 그림자는 길어집니다. 자연은 확장의 계절을 정리하며, 뿌리로 내려가는 법을 우리에게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느린 리듬을 본받아 질문합니다. 지금,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회복은 덧셈이 아니라 정리(整裡)에서 시작됩니다. 요가와 필라테스의 언어로 말하자면, 회복은 세 층위에서 일어납니다. 몸의 정렬, 호흡의 균형, 의식의 수렴. 몸은 형태로 기억하고, 호흡은 리듬으로 조율하며, 의식은 방향으로 결정합니다. 세 층위 중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는 삐걱거립니다. 그래서 11월호의 기획은 화려한 기법의 나열이 아니라, ‘다시-맞춤 (re-alignment)’이라는 단어에 모여듭니다.
첫째, 몸의 정렬. 정렬은 미학이 아니라 생리학입니다. 관절은 축을 찾고, 근막은 장력을 재분배하며, 신경계는 안전 신호를 수신합니다. 벽 앞에 서면 테라피월과 메디월은 정직한 거울이 되어, 척추의 중립과 골반의 베이스를 묻습니다. “조금만 덜 휘고, 조금만 덜 밀면, 길은 원래 그곳에 있었다.” 회복은 거창한 교정이 아니라, 훼손되지 않은 길을 다시 통과시키는 미세 조정의 예술입니다. 둘째, 호흡의 균형. 호흡은 단순히 산소를 나르는 펌프가 아니라, 자율신경계의 인터페이스입니다. 들숨은 세계를 데려오고 날숨은 나를 돌려놓습니다. 프라나야마는 강도가 아니라 감각의 미세 분별로 완성됩니다. 횟수를늘리기 전에 ‘낭비 호흡’을 덜어내고, 깊이를 강요하기 전에 박자와 정지의 질을 묻습니다. 회복의 호흡은 “더 크게”가 아니라 “더 정확히”입니다. 정확함은 과잉을 비워냅니다. 비워진 자리에서 미주신경의 안정 신호가 잔잔히 올라옵니다. 그때 몸은 비로소 “괜찮다”고 배웁니다. 셋째, 의식의 수렴(프라티야하라). 감각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모아두는 기술입니다. 산만함은 에너지의 누수이고, 누수는회복을 지연시킵니다. 프라티야하라는 우리의 주의를 ‘유지 가능한 한 점’으로 귀가시키는 훈련입니다. 그 한 점 위에서 명상은 세가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반응의 속도가 느려지고, 해석의 간섭이 줄어들며, 선택의 자유가 커집니다. 명상은 결과가 아니라 환경입니다. 회복이 스스로 일어날 조건을 만드는 일, 그것이 명상의 본령입니다.
이 세 층위를 잇는 다리가 있습니다. 바로 소리와 진동입니다. 싱잉볼이 전하는 공명은 근육의 힘을 빼고, 심박의 요동을 가라앉히며, 주의의 폭을 넓혀 줍니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틱한 체험’이 아니라 ‘일관된 노출’ 입니다. 진동은 감각의 문을 조용히 두드릴 뿐, 지나치게 큰 소리는 문을 부숩니다. 회복은 언제나 안에서 밖으로 움직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AI가 추천하고, 데이터가 인증하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영향력은 빠르게 소멸하고, 깊이의 신뢰만이 남습니다. 이 변화는 불편하지만 명료한 기회를 줍니다. “겉을 키우지 말고, 핵을 강화하라. 강사의 언어를 더 화려하게 만들기보다, 수련자의 호흡을 더 정확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최신 장비를 나열하기보다, 기본 정렬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 주십시오. 회복의 기술은 마케팅의 문구가 아니라, 현장에서 재현되는 결과로만 증명됩니다. 현장은 우리에게 늘 같은 것을 요구합니다. 통증의 이유를 단순화하고, 해결의 경로를 구조화하라.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테라피월 정렬 시퀀스, 허리 안정화의 실제, 흉곽–호흡– 골반의 연결 지도, 그리고 프라티야하라의 일상 적용법을 세밀하게 다룹니다. 수업 시간의 10분은 강사의 기술을 증명하는 골든 타임입니다. 그 10분이 수련자의 일주일을 바꿀 수 있도록, 우리는 이 호를 설계했습니다. 저는 회복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회복은 결핍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본래의 질서를 되돌리는 일.” 그 질서는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다만 속도가 그것을 가려왔을 뿐. 그러니 오늘은 태도를 바꿉시다. 더 바쁘게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정직하게. 더 세게가 아니라 더 섬세하게. 이 11월호를 여는 여러분께 작은 실천을 권합니다.
∙ 하루 한 번, 벽 앞 5분 : 발–골반–흉곽–두개를 느린 호흡과 함께 정렬하십시오.
∙ 수업마다, 호흡 체크리스트 3항 : 박자·정지·회복감(‘괜찮다’는 내적 신호)을 점검하십시오.
∙ 일상에서, 감각 수렴 루틴 2분 : 눈을 감고 들리는 소리의 층을 세어 보십시오. 소리의 폭이 넓어지는 순간, 마음의 폭도 넓어집니다.
11월의 공기는 우리에게 친절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이제 내려놓고 들여다보라고. 회복은 기술이지만, 그 기술은 삶의 태도에서 완성됩니다. 이 호의 모든 글과 사진, 시퀀스와 인터뷰가 여러분의 현장에 닿아, 오늘의 한 사람에게 조금 더 안전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선물하길 바랍니다. 속도를 거두고, 질서를 되돌리는 11월. 여기서, 다시 시작합니다.

발행인 김성원